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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처음부터, 제임스 커크는 스팍의 예상을 벗어나는 비논리인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학문적 위치에 있는 생도가 시뮬레이션을 깨는 아주 사소한 일을 위해 부정적인 주목을 끌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것 말고도 그는 그 일에 대해 정당하게 비난받기를 거부했고 몇 분이면 상황을 가라앉혀 주었을지도 모를 자책감보다는 분노와 독선적인 태도로 스팍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런데도 그는 스팍이 그의 아버지를 언급했을 때 비난하지 않았고, 어떠한 과실도 인정하지 않은 채 분노에 찬 고요함을 유지하며 제독들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의 대응을 유발한 것은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커크는 항변했다.

 

 벌칸이 구조 신호를 보내왔을 때 커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임무를 요청하거나 함대의 귀환을 기다리며 근신하는데 동의했어야 했다. 그 대신, 그는 친구를 위협하여 엔터프라이즈에 몰래 숨어들었다. 그가 발각되었을 때 스팍은 그가 캡틴 파이크의 지시에 굴복할 거라 예상했다. 파이크는 그 생도와 긍정적인 관계에 있는 듯 보이는 몇 안되는 권위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커크는 뜻을 굽히지 않고 모든 상황을 근본적으로 뒤엎으며 임무의 나머지 부분을 계속해 나갔다.

 

 그는 꼼짝말고 있어야 한다고 논리가 가리킬 때 드릴기계 위에 뛰어내렸다. 굴복해야 할 때 그는 보안 장교들과 싸웠지만, 저항해야 할 때 그는 죽기 직전까지 목을 조르는 폭력에 굴복했다. 그가 상황을 장악하게 되었을 때 충분히 제멋대로 구는 지휘관이 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는 간혹 닥터 맥코이조차 느닷없이 당하는 마구 뒤얽힌 일련의 규칙들에 좌우되지 않는 듯 보이는 제멋대로의 이분법이자 걸어다니는  모순덩어리였다. 나이든 자신이 짐 커크가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진실된 친구가 될 것이라 선언했을 때, 스팍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모순덩어리인 커크와 친구가 될 것이라고? 그러한 사태는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스팍의 정신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스팍은 제임스 T. 커크라 불리는 수수께끼에 부적절하게 매혹되는 불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어째서 그 생도가 그처럼 행동했는지, 그의 반응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연구하면 커크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온 은하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가기 전에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커크의 방식이 지구와 연방의 대부분을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사한 규칙의 무시가 매일같이 일어났다. 스팍으로서는 커크가 다음에 보여줄 규칙파괴가 좋게 끝날 것이라 믿기 힘들었다. 인간이 말하는 소위 '운'이 지금껏 그를 이끈 것이리라.

 

 제임스 커크에 대한 관찰을 끝마치기도 전에 벌칸을 위한 임무가 스팍에게 주어졌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네로 사건이 남긴 커다란 공백을 메꿔줄 상급반 생도들이 졸업할 때까지 대부분의 스타플릿 장교들은 지구를 벗어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었기 때문이다. 생존한 상급생들은 충분치 않았다. 거의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였지만 그들은 강하고 결연했다. 지난 수년 동안 스타플릿은 이처럼 헌신적인 생도들을 본 적이 없었다.

 

 스팍의 특별한 임무는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 그의 명령은 일반적인 통신이 아닌 사적인 경로로 전달되었고 세부사항이 빠져있었다. 그 대신, 바넷 제독의 사무실에 출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흥미롭군.

 

 스팍은 이른 점심을 포기하고 즉시 바넷 제독의 사무실로 향했다. 제독의 비서가 그는 현재 한 명의 생도와 대화중이지만 곧 호출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스팍은 고개를 끄덕인 뒤 복도를 가로질러가 제독의 사무실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무언가 잔뜩 담겨 있는 커다란 책가방이 복도 건너편 벽에 무겁게 걸려 있었다. 스팍은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제독의 비서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스팍이 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결심했을 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을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 안에 있던 생도가 조용하고도 단호히 입을 열자 스팍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소리가 들려왔다.

 

 "제독님, 고급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베이스 구조에서의 제 성적은 아카데미가 창설된 이래 최고였습니다. 전술 수업의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저는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부서 전체 - 책임자들을 포함해서요 - 에서 받은 추천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재설계 능력 뿐만이 아니라 더 향상된-"

 

 생도가 조용해졌다. 추측컨데 그의 목소리 톤 때문이거나 스팍의 도착을 알게 된 제독이 말을 가로막은 듯 했다. 어쩌면 양쪽 다이거나.

 

 "커맨더 스팍" 바넷 제독이 부르자 문 앞의 표시등이 '회의중'에서 '들어오시오'로 바뀌었다. "딱 맞춰 왔군"

 

스팍은 등 뒤로 양손을 맞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동안 사무실을 훑어보자 살짝 짜증난 표정으로 책상 뒤에 앉아있는 제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주의를 한몸에 받고 있던 사람은-

 

 아.

 

 "커크 생도와는 아는 사이일 테지" 그것이 절제된 표현임을 안다는 듯 커크를 가리키는 제독의 입술 한구석이 말려 올라갔다. 커크는 완벽한 붉은색 생도복 차림에 어딘지 피곤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독님" 스팍이 가볍게 동의했다. "제가 방해한 건가요?"

 

 "그가 여기 온지 벌써 한 시간째라네" 바넷이 체념섞인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얘기는 거의 끝나가는 중이야"

 

 어딘지 흥미로운 눈으로 스팍을 쳐다보고 있던 커크가 휙 하고 바넷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순식간에 그의 표정이 딱딱하고 결연해졌다. "Sir, 저는-"

 

 "잘 듣게" 바넷이 한 손가락을 엄중하게 생도쪽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얘기라면 그만 두게. 아카데미 교관의 20%가 최근에 사망했어. 난 요즘 할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네. 우리 시간을 좀 절약해 보도록 하지"

 

 생도가 무의식적으로 한 발을 내딛으며 불만스럽게 양 손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제독님-"

 

 바넷이 한 손을 들어올렸다.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말게, 생도" 커크가 표정을 굳히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바넷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질렀다. "알겠네, 커크" 제독이 입을 열며 아카데미에서 가장 똑똑하고 문제 많은 학생의 푸른 눈동자를 향해 시선을 들어올렸다. "자네의 그 작은...프로젝트를 허락하겠네" 커크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지며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주먹이 느슨해졌다. "하지만" 제독이 단호히 덧붙였다. "너무 일을 많이 벌려서 지난 주처럼 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아닙니다 sir" 커크가 즉시 끼어들며 스팍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어...의료적인 문제였습니다. 회복실에서 도망쳤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좋아졌고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두고보도록 하지. 자네의 그 의사 친구는 위협적인 사람이야"

 

 커크가 활짝 웃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전하겠습니다"

 

 "좋아" 바넷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커크를 쳐다보았다. 뭔가 속아넘어간 기분이 들었지만 확실치 않았다. "해산하게, 생도. 수업으로 돌아가"

 

 "넵!" 커크가 척 하니 밝게 경례하며 첫번째로는 제독에게, 그 뒤에는 어리둥절해 있는 스팍에게 활짝 미소를 날린 뒤 숨김없는 열정을 뿜어내며 걸어나갔다. 그는 복도에 걸려있던 책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며 PADD를 꺼내든 뒤 뒤쪽에서 문이 닫히는 동안에도 맹렬히 무언가를 타이핑했다.

 

 "저 애송이 녀석" 바넷이 한숨을 쉬며 다시 이마를 문질렀다.

 

스팍이 사무실 문을 흘깃 쳐다보았다. "제 궁금증을 이해해 주십시오, 제독님. 하지만 회복실에서 풀려난 이후 커크 생도의 태도는 부적절한 것이 아닙니까?"

 

 그 질문을 들은 바넷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커맨더 스팍?"

 

 스팍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생도가 최근의 사건 이후에 보이고 있는 태도에 대해 묻는 것입니다, 제독님"

 

 제독의 예상밖의 방어적인 표정이 스팍을 살펴보는 동안 생각에 잠긴 듯 변했다. "왜 관심을 갖는 거지? 제독들 대부분은 자네와 커크가 서로를 못견뎌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던데"

 

 대답을 하는 스팍의 표정과 자세는 어떠한 감정적 힌트도 내비치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sir. 커크 생도에게는 생존한 졸업반 학생들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렇겠지" 바넷은 여전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네가 그에게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어쨌거나" 그가 그 주제를 떨쳐내려는 듯 한 손으로 허공을 휘휘 저었다. "자네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회복된 뒤의 그의 태도는 아카데미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네"

 

 잠깐 머뭇거린 스팍이 분명히 말했다. "그렇다면 제독님의 불만을 야기한 원인은 그의 태도가 아니군요"

 

 "난 불만스럽지 않네" 바넷이 대답하며 책상위의 서류를 정리하고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난 몹시 화가 났어. 어떻게 그 애송이 녀석이 지금의 그 살인적인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지-" 제독이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다시 스팍을 쳐다보았을 때 그의 눈동자는 감탄과 걱정이 미묘하게 뒤섞인 채 어두워져 있었다. "자네도 물론 알 걸세. 아카데미의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말이야"

 

 "교관과 학생 양측의 손실로 인해 몇몇 부서는 매일매일의 기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요" 스팍이 선뜻 동의했다. 플릿 내의 장교들이 임시 교관을 맡게 되었지만 그들은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심하리만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이 해결책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았고, 분개하는 스타플릿 장교들과 불만스러워하는 아카데미 생도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해결책이 나와야만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도들에게 일반적인 필수 과정들과는 별도로 그들의 전문분야를 활용한 자원봉사를 요청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겠군"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 과학 부서는 두 번 다시 자신들의 부서로 돌아오지 못할 숙련된 장교들의 책임을 이어받는 힘든 일을 떠안게 된 생도들의 어설픈 노력으로 채워졌다.

 

 바넷이 조금 무력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커크가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부서'에 넣어달라는 전면적인 요구를 해왔네. 정확히는 '저를 값싼 창녀처럼 써주십시오, Sir" 라고 말했던 것 같군. 그러더니 듣도 보도 못한 능력과 적성에 대한 리스트를 제출했는데, 그게 하나라도 거짓이면 자기가 사람이 아니라나"

 

 또 다시 스팍이 예상한 기준에서 무척이나 벗어난 태도로 행동하고 있는 제임스 커크가 여기에 있었다. 잠시동안 스팍은 마음속으로 이 새로운 정보에 대해 생각하며 예상치 못한 조각이 추가된 이 수수께끼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스타플릿은 요청받은 대로 커크 생도를 활용할 계획입니까?" 그가 제독의 귀에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팍" 바넷이 분노를 표출하며 책상위로 양 손을 펼쳤다. "그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모양이네만, 그는 네로 사건이 있기 이전에도 상위 3% 안에 드는 탑 클래스의 생도였네. 그런 그가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제독은 못 믿겠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짜증과 감탄, 불신이 섞인 시선으로 스팍을 바라보았다. "정상적인 성적 곡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커크의 교관은 그의 성적을 평균에서 제외해야 할 지경이네. 물론 그를 활용하고말고, 커맨더 스팍. 그를 달리 어쩌면 좋단 말인가"

 

... 흥미롭군.

 

 "아무튼" 바넷은 PADD를 꺼내들어 잠시 살펴본 뒤 스팍에게 건네주었다.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집중해 보도록 하지. 이것이 자네의 새로운 임무일세"

 

 스팍은 PADD를 받아들고 담겨진 정보를 대충 훑어보았다. 그 내용은 스팍의 양쪽 눈썹을 모두 들어올리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우리는 새로운 벌칸 이주지로 쓸만한 행성을 지금까지 세 군데 찾아냈네" 제독이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설명했다. "거주 가능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팀이 파견될 예정이야. 오래 걸리는 임무는 아니네 ; 무엇이건 몇달 이상 진행되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지. 우리는 내일 당장 연구팀을 보내고 싶지만 민간인들은 그렇게 빨리 수속을 끝낼 수 없어. 게다가 이 임무에 벌칸인이 필요하다면 그건 자네여야 하지"

 

 "임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제독님" 스팍이 지체없이 대답하며 PADD에서 시선을 들어올렸다. "필요한 장비를 구하고 내일 07시까지 준비를 끝내겠습니다" 한번 더 PADD를 흘낏 본 그가 잠시 주저한 뒤 말을 이어나갔다. "또한, 스타플릿에 힘을 보태야 할 이 시기에 절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넷이 너무나 온화함과 이해심 넘치는 표정으로 미소지었기에 스팍은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볼 수가 없었다. "벌칸인들을 위한 최상의 장소를 고르는 일을 누가 벌칸인 이상으로 해내겠는가?"

 

 "정말 그렇습니다" 스팍이 동의했다.

 

 "좋아, 그렇다면" 바넷이 끄덕였다. "해산하게, 커맨더 스팍"

 

 벌칸인들의 새로운 안식처를 고르는 일에 일조할 기회와 더불어 주어진 도전과 문제들로 머리속이 가득찬 스팍은 커크 생도에 대한 의문점들을 머릿속 작은 상자에 집어넣고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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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짐 커크에게 엔터프라이즈를 줄 계획이네"

 

 스팍은 잠시 우주에서 보낸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의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그러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살짝 머리를 흔든 뒤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침착한 표정의 바넷이 살짝 눈웃음 지으며 스팍의 임무 보고서로부터 고개를 들었다. "다음주 금요일에 있을 졸업식에서 제독들이 제임스 커크 생도의 승진을 발표하고 그에게 기함 엔터프라이즈를 줄 걸세. 그때쯤이면 그녀도 시운전을 위한 준비가 끝나 있을테지"

 

 스팍은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갈고 닦은 무표정한 모습을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었다. "...Sir, 질문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제는 바넷이 대놓고 활짝 웃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되고말고, 커맨더 스팍. 누가 이 뉴스를 자네에게 전해줄지 우리끼리 제비뽑기를 했다네. 자네의 반응을 보려고 몇 주를 기다렸는지 몰라"

 

 "제독님" 그 얼토당토않은 제비뽑기 얘기를 무시하며 스팍이 입을 열었다. "스타플릿에 자격을 갖춘 캡틴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자체로 전례없었던 단 한 번의 성공적인 임무에 기반한 역시나 전례없는 승진은... 극히 비논리적입니다"

 

 제독의 표정이 기이함, 재미에서 동정으로 차례차례 바뀌었다. 바넷은 눈앞의 재밋거리를 즐기는 것 만큼이나 진지하게 스팍의 정신없는 혼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려는 듯 보였다.  "자네가 임무에서 방금 돌아왔다는 것은 아네만" 마침내 그가 입을 뗐다. "제안 하나 하지. 짐 커크를 찾은 뒤 한동안 그를 따라다녀 보게. 핑계거리가 필요하다면 하나쯤 만들어줄 수도 있네만 자네라면 알아서 하리라 믿네. 커크는 졸업 후에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 아직 통보받지 못했어. 자네가 며칠 동안 그를 따라다녀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 승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자네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네"

 

 스팍은 일순 캡틴 제임스 T. 커크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곧 이 비논리적인 감정을 가라앉혔다.

 

 바넷은 그의 얼굴을 스쳐가는 혼란을 지켜보며 이해심 있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떠나서 타격이 컸네" 그가 부드럽게 말하며 양손을 맞잡았다. "네로가 수많은 생도들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플릿에 치명상을 안겼지. 우리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빨리 회복해야만 하네. 그 상처가 우리의 약점이 되기 전에 말일세"

 

 "이해합니다" 스팍이 동의했다. "하지만 일개 생도에게 기함을 주는 것은 플릿이 처한 어려움을 가려주기보다는 강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관련된 모두에게 일종의 '세례'같은 것이 되었네"  바넷은 스팍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지만 별다른 언급 없이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한계까지 밀어붙인 뒤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지켜보게. 때로는 사람들이 그 시련을 견뎌내지 못할 걸세. 우리는 최근에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잃었어. 하지만 때로는" 그가 확고한 신념에 찬 눈으로 스팍의 어두운 눈동자를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자네가 무슨 일을 안겨주어도 모두 감당하는 것 이상을 해내고 무너트리려고 해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게 될 걸세. 짐 커크는 이 문제에 있어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우리를 불구로 만들뻔한 상실에 주변 사람들이 한치도 굴복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네. 우리는 그와 그 같은 부류의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네, 커맨더 스팍"  

 

 "그러한 논리라면," 스팍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하신 그 같은 부류의 인재들 또한 비슷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그와 함께 엔터프라이즈에서 복무했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그들 모두 자신들의 함선을 받게 되는 것입니까?"


 바넷이 웃음을 터뜨렸고 스팍은 그것이 이상하리만치 거슬렸다.  "그렇지는 않네" 그가 대답하며 책상 서랍 하나를 열었다. 그가 하드카피로 된 두툼한 배속 지원서 더미를 꺼내들더니 활짝 웃으며 스팍에게 건넸다.

 

 요청서를 한장 한장 살펴보던 스팍의 눈썹이 점점 위로 치솟았다.  "... 네로 사건 당시 엔터프라이즈에 승선해 있던 대원 모두의 것이군요"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팍이 처음으로 3차원 퍼즐을 선물받은 작은 소년인양 쳐다보았다. "바로 그들이지. 모든 부서의 생도들과 일반 대원들 전부일세. 자네와 커크라는 주목할만한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야"


 스팍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썹은 앞머리에 거의 가려질 정도로 치솟아 있었다.  "그들 모두가 엔터프라이즈 근무를 지원했다는 겁니까?"


 바넷이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자세히 읽어보게. 미스터 스캇을 제외한 그들 모두는 커크가 어디에 배치되건, 어떤 임무를 맡게되건 그와 함께 하거나 그의 지휘하에 들어가길 요청했다네. 거의 모든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체콥마저도 커크와 다시 일할 기회를 원하고 있어"


 "미스터 스캇은요?" 지원서들을 면밀히 살펴보던 스팍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는 특별히 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길 요청했네"  바넷이 대답했다. "하지만 소문에 듣자하니 그녀를 보살피도록 커크가 약속하게 했다더군. 그게 미스터 스캇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지원한 유일한 이유인 듯 하네"
 

 "커크는 어디에 지원했습니까?" 그 짜증나는 생도의 지원서를 찾을 수 없자 스팍이 물었다.
 

 "그에게 물었더니" 바넷이 설명하며 다시금 놀랍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자신의 백지 위임장이 유효하다고 하더군.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건 근무하겠다고 했네. 모든 사람이 그가 다시 엔터프라이즈의 캡틴이 되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지"  제독이 덧붙였다. "숨쉬는 것 만큼이나 원하는 게 분명했지만 요구하지는 않더군. 사실 그게, 우리가 그녀를 그에게 주기로 결정한 이유들 중 하나라네. 이번 주말쯤 커크에게 임명장과 카메라를 보낼 예정일세. 그가 통지서를 읽을 때 표정이 꽤나 볼만할 게 틀림없거든"

 

 이것은 스팍이 자신의 임무보고 중 일어날 것이라 기대했던 일이 전혀 아니었다.

 

( 적절한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제독님.

  잘했네.

  한가지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sir.

  해산하게, 커맨더. 며칠 쉬도록 하게나 )

 

 그 대신 그의 임무보고는 거의 부차적인 일이 되었고 제임스 커크는 엔터프라이즈를 받게 되었다.

 

 자신의 함선을 가진 제임스 커크라니.

 

 스팍은 이런 상황에 딱 맞을법한 인간적인 반응이 떠올랐다 : 젠장 이게 도대체 다 무슨 일이야?

 

 바넷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날 믿게" 제독이 열정적으로 말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얼마나 미친 소리로 들리는지, 얼마나 믿을 수 없고 비논리적으로 들리는지 알고 있네. 어쨌든 자네는 3개월간 이곳에 없었지 않나. 자네의 혼란은 이해할 수 있고 예상하기도 했던 바네. 그게 우리가 제비뽑기를 한 이유지. 하지만 스팍. 자네가 이 일에 대해 내린 결론은 3개월이나 낡은 것일세. 그리고 그 3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바뀌었는지 자네에게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기가 힘들군"

 

 "...네, 제독님" 스팍은 지원서들을 다시 바넷의 책상위에 올려놓고 양 손을 등 뒤에서 맞잡았다.

 

 제독은 살짝 체념하는 듯 뒤로 물러나 앉았다. 그는 또 한번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기대며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9시가 다 되어가는군. 가서 커크를 찾게. 그리고 한동안 잘 살펴보게나. 상황이 이해되거든 자네의 결론을 들려주게" 제독이 오른손으로 스팍이 건넨 PADD를 두드렸다. "그러는 동안 나는 다른 제독들과 자네의 임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자네가 제시한 문제에 대한 최선의 후속 조치를 결정하도록 하겠네"

 

 "네 제독님"

 

 제독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쉴 듯 하다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좋아. 해산하게, 커맨더"

 

 스팍은 말없이 자리를 뜬 뒤 멍하니 건물 밖으로 걸어나왔다. 구름이나 구조물에 가려지지 않은 강렬한 태양빛이 머리위로 쏟아지자 그는 그 온기를 더욱 많이 쬐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걸음을 늦췄다.

 

 다시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이 된 제임스 커크라... 이번에는 그가 그 직위를 단순히 차지하는 대신 제대로 부여받게 될 것이다.

 

 아. 다시 치밀어 오른 커다란 분노와 좌절감이 그의 사고를 논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스팍은 심호흡을 하며 양 손을 등 뒤에서 꽉 맞잡았다. 그는 신중히 걸음을 내딛으며 사막 화초를 위해 만들어진 아카데미의 하나뿐인 정원으로 향했다. 그는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벤치에 앉은 뒤 깊게 호흡하며 자신을 달랬다.

 

 그러니까 제독들이 생각하기에 제임스 커크가 엔터프라이즈를 맡기기에 만족할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 이 말이로군. 하지만 한편으로 그 함선을 특별하게 해줄 사람은 커크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 멋진 함선의 함교는 - 아마 일등 항해사가 될 누군가를 제외하면 - 갓 졸업한 생도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 일은 네로의 일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스타플릿의 처우 방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연방은 처음부터 그럴 의도였던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인가?

 

 3개월 전만 해도 바넷 제독은 아카데미의 교관들 모두가 커크를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나게 바빴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었다. 커크는 그를 필요로 하는 어떠한 부서건 자신을 '값싼 창녀처럼 써 달라'며 발벗고 나섰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커크가 마법을 부렸건 어쨌건, 스타플릿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함선의 지휘권을 그에게 안겨줌으로서 몇 년간의 복무를 통해 능력을 증명해 온 더 나은 자격을 갖춘 수많은 함장들을 도외시하고 있었다.

 

 커크가 틀림없이 무슨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먼저 승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바넷 제독은 스팍이 커크를 제대로 관찰하기만 한다면 그의 승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듯 보였다. 그를 따라다녀 보라. 제독의 말이었다.

 

 뭐, 그렇다면 좋아.

 

 이것은 물론 스팍의 예상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데이터베이스에 나와 있는 커크의 숙소는 한참 동안이나 사람이 산 흔적이 없었다. 거주자들에게 물어보니 커크는 아예 그 곳에서 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커크의 친구들이라면 그의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스팍은 그들을 찾아나섰다. 불행히도 짐의 친구 중 스팍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은 레오나드 맥코이였고, 그는 커크의 유감스러운 델타베가 사건 이후 스팍에게 거의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듣자하니 닥터 맥코이는 명령에 불복하는 대원을 외딴 행성에 고립시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절친이 야생동물에게 거의 잡아먹힐 뻔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였다. 그 때였거나 아니면 그 이후이거나, 그의 이해는 인간들이 '원한'이라 부르는 것으로 변했다. 이 '원한'을 오래도록 유지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그는 스팍과 마주칠 일이 있을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경향은 시간과 더불어 희미해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네가 웬일이야?" 문이 열리며 스팍이 모습을 드러내자 맥코이가 으르렁거렸다. 닥터는 잠을 자고 있었거나 막 깨어난 듯 피곤한 눈을 잔뜩 구겼다.
 

 "커크 생도의 위치를 알고 싶네"  커크가 안에 있는지 맥코이의 어깨 너머를 기웃거리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며 스팍이 양손을 등 뒤에서 맞잡고 대답했다.

 

닥터의 입술이 뒤틀렸다.  "뭐야, 설마 이 시간에 제독이 개인적으로 호출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너보고 끌고 오래?"


 스팍의 눈썹 한쪽이 비틀렸다. "닥터 맥코이. 나는 엔터프라이즈가 지구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학내 부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철회했네. 그 이후 바로 행성을 떠났고 오늘에야 돌아왔지. 내가 그러한 행동을 할 만한 일을 커크 생도가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게다가 이미 말했듯이, 나는 그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왔네.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전--"

 

 "알았어!"  맥코이가 말을 자르며 나가려는 건지 아니면 스팍더러 들어오라는 건지 분명치 않게 문간을 노려보았다. "그럼 그 녀석은 왜 보고 싶어하는 거야?"


 "바넷 제독님의 요청이네."
 

 "그래?"  닥터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째서?"
 

 "나는 누군가와 달리, 상급 장교를 추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스팍은 일순 맥코이가 자신에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명백한 분노를 "알았다고!" 라는 한마디로 내뿜으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현관 입구의 길고 좁다란 테이블 위에 있던 PADD를 낚아챘다. 데이터를 재빨리 훑어보던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도대체 몇 시야?"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9시 27분이네" 

 

 맥코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벌칸인들은 반올림을 못하나 보군. 그냥 9시 반이라고 하면 안 되나?"

 

 "벌칸인들은 단순함보다 정확성을 중요시하지, 닥터"

 

 "물론 그러시겠지"  닥터가 PADD를 훑어보며 깊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래도 인간들을 위해서 지금은 9시 반이라고 해 두자고. 짐이 스케쥴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 그 녀석이 그런다고 내 인생이 더 편해지지는 않겠지만 - 지금 프로그래밍 세미나에 참석중이겠군. 하지만 곧 끝날 테고 2시가 될 때까지 비는 시간이 있어. 14시겠지, 네 식대로 말하자면. 그리고 그가 이미 세미나에서 빠져나왔다면 찾기가 조금 힘들 걸. 내 근무는," 그가 으르렁거리며 덧붙였다.  "앞으로 6시간 안에는 시작되지 않아. 왜냐하면 회복실 당직을 서느라 새벽까지 깨어 있었거든. 그러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커맨더. 난 침대로 돌아가겠어"  그는 비난하듯 스팍의 얼굴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가서 네 일이나 해. 그 자식은 네가 뭘 더해주지 않더라도 겁나게 바쁜 놈이야. 걜 내버려둬, 알아듣겠어?" 

 

스팍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쿵 하고 닫혔다.

 

 ...대체로 성공적인 만남이었다.

 

 그 이후에도 커크 인수(Kirk factor)는 스팍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 생도는 맥코이가 예측한 그 어느 장소에도 없었다. 프로그래밍 세미나는 스팍이 도착할 무렵 막 끝난 참이었지만 북적거리는 학생들 틈에 커크는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나가는 한 쌍의 생도를 멈춰세운 뒤 커크의 위치를 물었고 그들의 표정은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했다.

 

 여학생들은 스팍이 워프 코어 장치에 대한 질문이라도 한 듯 혼란스럽게 서로를 흘깃거린 뒤 스팍을 바라보다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저기... sir"  한 명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미스터 커크는 아주 바빠요. 그는 보통 제일 먼저 자리를 뜨기 때문에 그를 만나고 싶으셨다면 조금 더 일찍 오셨어야 해요. 그는 질문에 대답해 주기 위해 기다리지도 않는 걸요"

 

 "질문을 하기 위해서겠지" 스팍은 무심히 그녀의 말을 고쳐주며 머리속으로 그 생도의 위치를 찾아낼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보았다.

 "...아니요. Sir"  두번째 여학생이 수줍어 하면서도 단호히 그의 말을 정정했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에요"

 

스팍의 관심이 처음으로 온전히 그녀에게 향했다. 커다란 회색 눈동자를 더욱 커다란 안경 뒤에 감춘 그녀는 커크처럼 직설적으로 퍼붓지 않고 미적거렸다. "생도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교관의 일이네" 그는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했다. 그는 여학생들이 자신을 노려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커크 생도가 학생들을 이용하고 있다면--"

 

 "아니라니까요" 두 사람이 흥분해서 대답했다. 둘은 창피한 듯 시선을 교환하더니 흥분을 가라앉혔다. 첫 번째의 키가 조금 더 크고 안경을 끼지 않은 갈색 눈동자의 여학생이 말했다. "아니에요, Sir" 그녀가 서둘러 덧붙였다. "미스터 커크는 그 어떠한 자격이 있다 해도 결코 자신의 학생들을 이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팍의 양쪽 눈썹이 하늘을 찌를듯 솟구쳤다.

 

 "그의 학생이라구요" 두번째 여학생이 강조했다. "저희는 3학년생입니다. 저희들의 교관은 몇 개월 전 그 참사로 인해 돌아가셨어요. 다른 교관을 찾을 때까지 미스터 커크가 임시 교관을 맡기로 했지만 너무 잘 해내서 아카데미측에서 후임을 신경쓸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되었죠"

 

 "저희 반의 시험 성적은 평균 6%나 올랐어요" 첫번째 학생이 방어적으로 말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러 오신 거라면-"

 

 "그는 아직 일개 생도에 불과해" 스팍이 지적했다. "프로그래밍 전공 학생들을 위한 선택 강좌 세미나를 하는 것은, 사실 그의 일이 아니네"

 

 여학생들이 다시 그를 노려보더니 필요 이상 짜증스러운 태도로 책과 PADD를 움켜쥐었다. "이건 그의 일이에요" 첫 번째 여학생이 주장했다. "우리 모두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역할을 맡고 있죠. 저는 벌써 2주일째 상급 분석가들과 함께 프로그래밍을 해오고 있어요. 그것 역시 엄밀히 말하자면 제 일이 아닙니다만, 살아남은 스타플릿 생도로서 그것은 제 일이에요.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필요로 하는 한 계속할 겁니다. 그러니 커맨더께 반박해서 죄송합니다만 이것은 그의 일이에요. 그리고 그는 이 일을 눈부시게 해내고 있어요"

 

 "가자" 두 번째 학생이 재촉하며 친구의 팔꿈치를 잡아당겼다.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미스터 커크가 내준 과제를 결코 풀지 못할 거야"

 

 "그래" 그녀가 동의하며 의도적으로 스팍에게 등을 돌렸다. "어서 여기서 나가자"

 

 뭐. 성공적인 만남이라고 하긴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생산적이긴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커크의 책임감이 늘었고 3학년생 사이에 지지세력이 생겼다. 이것은 스팍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 또 그 커크 인수(Kirk factor)로군. 뚜렷한 패턴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이후 몇 시간 동안, 스팍은 커크의 소재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아카데미를 샅샅이 뒤졌다. 그가 마주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생도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았지만 어디에 있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커크요? 오, 맞아요. 여기 있었죠. 그는 초급-전투 전술 과목 대부분을 가르쳐요. 그 사람이랑 있으면 생각하거나 아니면 주저앉게 된다니까요. 하지만 15분쯤 전에 떠났어요"

 

 "아깝게 놓치셨네요! 그는 보통 몇 시간 정도 비행 시뮬레이션을 도우러 가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일로 바쁜 것 같았어요. 그거 아시잖아요, 언제나 go-go-go!"

 

 "스터디 그룹은 방금 끝났어요. 분명히 도서관으로 갔을 거예요. 1분 전에만 오셨어도-"

 

 "오, 아닙니다. 그는 이번 주 모임을 건너뛴다고 했어요. 하긴 요즘 같은 때에 체스가 중요한 게 아니긴 하죠!"

 

 "아니요. 그는 더 이상 이 수업을 듣지 않아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Sir!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부서장과 카페테리아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 사이에요. 그가 기상천외한 지식으로 그녀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면 그녀가 엔지니어링 부서나 도우라며 그를 쫓아내죠. 벌써 몇 달이나 그래왔는 걸요. 우리 모두가 그 대화를 엿들어요. 가끔씩 그가 그녀를 꼬드겨 다음 시험에 무엇을 출제할지 단서를 흘리게 하거든요. 채식의 날에 기계과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카페테리아에 모여있는 광경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

 

 이것은 불만스러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스팍은 흥미를 느꼈다. 모든 성과없는 대화들은 서로 다른 단서를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점심 시간 무렵 스팍의 머리속은 예상치 못하게 획득한 수많은 대화 내용들로 꽉 차 있었다. 마지막 질문 이후 (어린 남학생이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으며 "미스터 커크요? 오 저는, 어... 그분과는 말을 잘 안해봤어요. 그는, 어... 저기, 아시다시피 그분은 커크잖아요. 하지만 그분이 제 데이터베이스 복원 수업을 맡아준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최고로 멋진 날들이라니까요"), 스팍은 추적을 포기하고 그에게 안식처로 남아있는 조용한 사막 정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고작 3개월 만에 이렇게 성장하리라 누가 예상했겠는가?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 스타플릿 아카데미를 지탱하고 있는 존경받는 대들보가 정말 그 시뮬레이션을 조롱하고 훼손한 사람과 동일한 인물인가? 이 커크가 내내 분노에 차 있던 그 생도인가? 그렇다면 어느 커크가 장래의 그를 진정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오랫동안 스팍이 감도 못 잡는 그런 수수께끼가 존재할 수 있다니?

 

 "커맨더 스팍! 언제 돌아온 겁니까?"

 

 스팍 안의 무언가는 거의 미소짓기를 원했다. 여기 또 한번 커크 인수(Kirk factor)가 반복되고 있었다. "커크 생도" 그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걸친, 자신의 실험대상이기도 한 그가 정교한 정원을 가로질러 와 자신 앞에 서서 환하게 미소짓자 스팍이 차분히 그를 맞이했다. "오늘 돌아왔네"

 "다시 보니 반갑네요" 잠시 커크가 스팍을 훑어보았다. "찾고 있던 건 발견했습니까?"

 

 "그렇네. 몇몇 행성을 조사한 결과 두 군데가 적합했지만 그 중 한 곳이 더 좋았어" 스팍은 차후의 분석을 위해 커크의 신체적인 단서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네로 사건에서 입은 상처는 나았지만 그의 왼쪽 팔꿈치에는 붕대처럼 천이 감겨 있었다. 그걸 제외하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밝고 대담했고 눈동자는 푸르고 맑아 보였다.

 

 스타플릿이 언론에게 내보일 얼굴이 필요하다면 제임스 커크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더 좋던가요?" 커크가 양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스팍이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행성의 표면 온도와 습도가 원래 벌칸과 대략 93% 일치했네"
 

 "오. 그렇다면 그냥 그 곳으로 결정하면 되겠네요?" 

 

"기밀사항이지만," 스팍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거래를 위해 제독들이 제대로 준비를 갖춰야 할 일이 있어"

 

 커크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이거 참, 말하는 방식이 정말 놀랍군요" 스팍의 태도가 조금 냉담해지자 커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칭찬이에요. 요즘 벌칸에 대해 공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커맨더와 얽혀들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경고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

 

 "그렇다면!" 커크가 신이난 듯 손뼉을 딱 치며 비볐다. "사교적인 인사말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무슨 일입니까? 오늘 하루종일 소문이 돌던데요" 스팍이 한쪽 눈썹을 꿈틀대자 그가 자세히 설명했다. "듣자하니 절 찾으셨다고요?" 

 

 평상시보다 더 무뚝뚝한 표정의 스팍이 남은 점심식사 쪽으로 시선을 낮추었다. "맞네"  그가 시인했다. "바넷 제독님이 자네를 찾아보라고 했어"

 

 "오?" 커크는 왜, 어째서 바넷이 그런 일을 원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보였다. "당황스럽군요" 그가 인정했다. "바넷 제독님은 보통 저와 얘기하는걸 좋아하지 않으시죠. 제가 그에게 두통이나 속쓰림 같은 것을 안겨주나 봐요. 본즈는 제가 결국 그를 죽이게 될거라고 하지만, 저는 예전보다 그가 더 좋아지고 있어요"

 

 "제독님 일로 자네를 찾은 게 아니야" 스팍이 대답하며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는 나를 위해 자네를 따라다니라고 했어. 아카데미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에 다시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지. 내가 부재중인 동안 대단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며 자네의 일상을 관찰하도록 제안하셨네"

 

 커크는 크게 놀란듯 했다. "뭐라고 했다고요?"

 

 "나 역시 비슷한 불신을 표현했었지" 스팍이 인정했다.

 

 "왜 그러셨을까요?"

 

 "합리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군. 그의 방식은 상당히 비논리적이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말이 커크를 다시 미소짓게 했다. "뭐, 어쨌거나 이왕 만났으니까요" 그가 팔짱을 끼며 사려깊게 쳐다보았다. "그래서 바넷이 질문했을 때 제가 뭔가 둘러대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진짜 저와 붙어다녀도 좋으시다는 건가요?"

 

 스팍이 망설였다. "어째서 우리가 붙어있어야 하는 건지가 명확하지-" 커크가 웃자 그가 말을 멈추었다. "바넷의 명령을 거부하지는 않을 생각이야. 물론 방해는 하지 않겠네"

 

 "물론 안 그러시겠죠" 커크가 유쾌하게 동의했다. "내일 새롭게 시작하는 편이 좋겠지만 수요일에는 제 스케줄이 꽤나 정신없어요. 미리 경고했습니다"

 

 "미스터 커크!"

 

 자신을 향해 정원을 짓밟으며 걸어오는 1학년 생도 세 명을 향해 잠시 동안 양쪽 눈썹을 들어올리던 커크가 이내 비뚜름하게 미소지었다. "이봐, 잔디도 존중해 줘야지, 꼬맹이들"

 

 그 세 명은 잠깐 멋쩍어 하더니 곧 정신을 차렸다. "미스터 커크!"  유일한 남학생이 호소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미스터 스캇이 내준 엔지니어링 문제를 오늘 하루 종일 풀어봤는데요, 완전히 막혔어요! 저녁 때까지 풀지 못하면 그분이 게일어(Gaelic)로 욕하는 법을 안 가르쳐 주실 거예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

 

 "여기 뇌물이요!" 여학생 중 한명이 커다란 컵에 담긴 커피를 불쑥 내밀었다.

 

 "커맨더 스팍과 얘기 끝내고 뭘 도와줄 수 있나 볼게" 커크가 환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받아들며 말했다. 그가 짙은 향을 폐 깊숙히 들이마셨다. "하지만 스카티는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 그가 생도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니까 장담은 못해"

 

 ...스카티?

 

 커크가 등을 돌리자마자 생도들이 서로를 향해 활짝 웃으며 성공을 축하하는 손짓을 몰래 주고받았다.

 

 아. 보아하니 커크는 저학년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주는 모양이군.

 

 "남은 하루를 채워줄 온갖 장난거리는 좀 알고 있지" 커크가 킥킥거리는 세 명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봐야겠네요. 내일 이 곳에서 07시. 어때요?"

 

 어린 생도들이 가만히 선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커크와 스팍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커크가 즉시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 거 아니야!" 그가 단호히 말했다. "커맨더 스팍은 내버려둬, 알았어? 그는 그런 종류의 가십거리를 만들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았어. 알아들었지?"

 

 생도들은 입을 다물고 있기 위해 몹시 애쓰는 듯 했다. "Yes sir,"  마침내 그들이 대답했다.

 

 커크는 회의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가 스팍에게 말했다. "7시?"

 

 "좋아" 스팍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커크와 그의 추종자들이 사라진 후에야 스팍은 '정신없는 수요일'이 자신의 관찰을 시작할 좋은 출발점이 될지 궁금해졌다.

 

흥미로운 스피치 패턴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